영화 오디세이 관람 후기|그리스 신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빠져든 이유

사업장 바로 길 건너편에 영화관이 있다.


평소에도 영화관 쪽을 자주 보게 되는데 요즘 들어 차가 부쩍 많이 들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요즘 재미있는 영화가 하나 나왔나?’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목사님 설교 중에 영화 ‘오디세이’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마침 요즘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터라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사실 나는 그리스 신화 같은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신과 인간이 등장하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계속 나오고, 오래된 신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자칫 내용이 어렵고 나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오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신화보다 사람의 이야기가 더 많이 보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거대한 전쟁이나 신들의 이야기, 괴물과 영웅의 모험이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장면들도 있지만 내가 더 눈여겨보게 된 것은 사람의 감정이었다.

전쟁과 고난 속에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가장의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 동료와 사람 사이의 의리와 인간애….

화려한 장면보다 오히려 이런 감정들이 영화 곳곳에서 더 오래 남았다.

나는 특히 한 사람의 영웅이라기보다 나라와 가족이라는 무게를 짊어진 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디세우스를 보게 됐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없는 나도 이야기에 조금씩 빠져들었던 것 같다.

맷 데이먼이라 더 보고 싶었다

영화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주연 배우 맷 데이먼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본 시리즈’를 좋아해서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라 몇 작품은 두 번 이상 다시 봤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맷 데이먼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갔다.

본 시리즈에서 보았던 빠르고 냉철한 액션 속 인물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세월의 무게와 책임을 짊어진 사람의 모습이 잘 어울렸다.

영화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영화, 도대체 얼마나 힘들게 찍었을까?’

큰 화면에 펼쳐지는 바다와 전쟁, 수많은 사람들, 거대한 세트와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배우와 제작진이 들였을 시간과 노력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단순히 컴퓨터로 만들어낸 화면을 보는 느낌보다 실제 공간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장면들이 많아서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화라는 어려운 소재인데 이렇게 흥행한다고?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것이다.

‘오디세이’라는 이야기가 요즘 사람들에게 아주 친숙한 소재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제목부터 어렵게 느낄 수도 있고, 등장인물이나 배경을 모르면 접근하기 쉬운 영화도 아니다.

게다가 상영시간도 상당히 길다.

대중적인 오락영화가 갖춰야 할 쉬운 조건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요즘 화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는다는 것이 나는 참 재미있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화려한 신화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가족, 사랑, 충성, 기다림, 책임, 인간의 욕망과 약함 같은 이야기에 끌리는 것은 아닐까 싶다.

수천 년 전 이야기라고 해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내가 울었던 강아지 장면

영화 속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오랫동안 주인을 기다리던 늙고 아픈 강아지가 주인을 알아보는 장면이다.

우리도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그 장면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옆을 보니 아내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ㅎㅎ

사람과 반려견 사이에 오랫동안 쌓인 정이라는 것이 대사가 많지 않아도 그대로 전해졌다.

나 역시 우리 집 강아지가 생각났다.

웅장한 전쟁이나 거대한 배보다 이런 작은 장면 하나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영화라는 것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보고 나니 ‘오디세이’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요즘 영화관에 차가 많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무슨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나?’

하는 가벼운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거기에 목사님의 짧은 언급이 계기가 됐고, 맷 데이먼이라는 배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이 갔다.

그리고 평소 좋아하지 않던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거의 세 시간 가까이 보고 나왔다.

그런데 의외로 남은 것은 신들의 이름이나 거대한 전쟁이 아니었다.

나라를 향한 마음,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가장의 마음,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인간애.

나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오디세이’가 단순한 신화 영화라기보다 한 인간이 수많은 고난을 지나 결국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향해 가는 이야기로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각자 마음에 남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화려한 볼거리보다 이런 감정선이 더 좋았다.

그리스 신화라서 망설이는 분이라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한 사람이 가족에게 돌아가는 긴 여정’이라고 생각하며 보면 꽤 볼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아내와 영화관에서 대작 한 편을 제대로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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